독서 통신

완전한 행복 (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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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저 ㅣ은행나무 ㅣ 2021년 6월 8일

 

소설속으로


“엄마는 오리 먹이를 잘 만든다. 필요한 도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식도, 뼈를 토막 내는 칼이다. 손도끼처럼 생겼고 손도끼만큼 무겁다 두 번째로 뼈 칼이 있어야 한다.
뼈에 붙은 살을 바르는 길고 날카로운 칼이다. 손질이 끝난 고기는 찜기 두 개에 나누어 삶는다.
다 삶은 살코기는 민서기에 갈고 뼈는 믹서기로 간다.”

소설 초반에 지유의 눈에서 읽혀지는 엄마의 오리 먹이 만드는 장면을 난 진짜 오리 먹이를 만드는 장면을 묘사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다시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소스라치게 도리질을 하게 되었다.

세상의 어떠한 것도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는 것을 참지 못하는 여자 신유나는 결함도 결핍도 없는 완전성의 우주를 완전치 못하게 하는 불행의 가능성을 제거하는 것이 행복이라 믿는 여자이다.
세상은 자신을 위해서만 존재하여야 한다는 믿음.
그래서 모든 타인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쓰여지는 도구이며 수단에 불과하다.
소설은 신유나의 전 남편인 지유의 아빠가 사라지며 시작된다.
사라진 남자 준영의 여동생 민영, 재혼한 남편 은호, 관계가 단절된 언니 신재인을 통해 한 여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행복은 덧셈이 아닌 뺄셈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한번 구체적으로 얘기해봐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 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나는 그러려고 노력하며 살아 왔어.

 


행복은 덧셈이 아니라 뺄셈이다?
도서 뒤표지에 적혀 있는 이 문구를 보며 처음에는 내가 모르는 다른 세상의 행복에 대해 무언가 의미심장한 생각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 대사는 책의 초반 부분에 나오고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이 책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 이 불행의 가능성을 없앤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다는 신유나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된다.
너무 섬뜩하고 충격적인 마인드였다.

사실 언뜻 들으면 이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행복해지려고 하는데 주변의 방해 요소들로 인해 불행해진다면 얼마든지 차단하고 없애는 것은
인간의 어쩔수 없는 본능일 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보여주는 식의 치밀하게 세워놓은 계획 살인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생각이다.
주인공 신유나는 헤어지자 말하는 애인을, 이혼 중에 있는 전 남편을, 자신을 해고한 아버지까지 살해했으며, 이혼을 요구하는 현 남편, 그리고 심지어 친 언니마저 살해하려고 한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비위를 건드리면 가차 없이 수면제을 이용하여 살인 계획을 세운다.

완전한 행복이 아닌 진정한 행복


이러한 살인이 행복이 덧셈이 아닌 뺄셈인 것이다.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행복하지 않게 하는 요소들을 하나씩 없애 결국은 무결점의 완벽한 상태가 되는 것, 그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결국 “자아도취형 인간인 나르시시스트”인 것이다. (나르시시스트 : 자기애에 빠진 사람)

저자는 우리가 사는 이 공간을 “자존감만 높은 텅 빈 자아만을 가진 나르시시스트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라고 표현한다.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애와 자존감은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미덕이다.
다만 온 세상이 ‘너는 특별한 존재’라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개인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고유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그와 함께 누구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인정해야 마땅하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 순간,
개인은 고유한 인간이 아닌 위험한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꼭 살인이 아니더라도 과연 우리는 소설 속 여자와 얼마나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장유정의 소설은 범인을 잡고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단순한 서스팬스 스릴러, 추리소설만은 아닐 것이다.
완전한 행복이 아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생각나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에서 오는 자기애와 책임감은 어디까지인지 이 도서를 통해 충분한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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